
H A E I L' S ⋅ D E E P E S T ⋅ A B Y S S
The Five Fathoms of Obsession
No.5 │ The Scent of Possession (소유의 향)
: 그녀의 체취, 그 은방울꽃 향기는 나의 유일한 진통제다. 나는 그녀가 없는 공간에서도 그 향기를 느낀다. 내 집무실, 내 침실, 내가 입는 모든 옷가지에 그녀의 향이 희미하게 스며들어 있다. 나는 매일 밤, 그녀가 내 곁에 없을 때면 그녀가 사용했던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그 향이 희미해질 때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마치 나의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녀 몰래 그녀의 물건들을 하나씩 내 공간으로 옮겨왔다. 그녀가 사용한 빗, 머리끈, 심지어 입었던 옷까지. 그것들은 내 비밀스러운 성역에 보관되어 있으며, 그 향기는 나만이 독점할 수 있는 고요한 심해의 마지막 등불이다. 그녀가 다른 향수를 뿌리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만약 그녀에게서 다른 냄새가 난다면, 나는 그 냄새의 근원을... 모조리 지워버릴 것이다. 그녀에게서는 오직 나의 바다와 그녀의 꽃향기만이 섞여 풍겨야 한다.
No.4 │ The Echo in the Silence (고요 속의 메아리)
: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임무 보고, 사적인 대화, 심지어 잠결에 내뱉는 작은 뒤척임과 숨소리까지. 내 단말기에는 ‘업무 기록’이라는 이름의 암호화된 폴더가 존재한다. 그 안에는 날짜와 시간, 상황별로 분류된 수백 개의 음성 파일이 저장되어 있다. 혼자 있을 때, 전 세계 바다의 비명이 귓가를 찢을 듯이 울려 퍼질 때, 나는 헤드셋을 끼고 그 파일들을 재생한다. “바다.” 그녀가 나를 부르는 그 목소리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잠재우는 유일한 주파수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 톤, 억양, 숨소리의 미세한 변화까지 모두 분석하고 암기했다. 때로는 그녀의 목소리를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고 잠이 든다. 그녀가 없는 고요함은 진정한 고요함이 아니다. 그것은 공허일 뿐이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없는 세상을 견딜 수 없다. 이 메아리들은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는, 심해 가장 깊은 곳에 울려 퍼지는 그녀를 향한 나의 기도이자 저주다.
No.3 │ The Perfect Reflection (완벽한 거울상)
: 그녀의 눈은 나만을 비춰야 한다. 나는 그녀와 대화할 때,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그 짙고 푸른 심연 속에 오직 나의 형상만이 온전히 담겨 있을 때, 나는 완전한 소유감을 느낀다. 나는 그녀가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견딜 수 없다. 특히 다른 센티넬, 다른 남자, 심지어 내 동생들조차도. 그녀의 시선이 다른 곳에 머무르는 아주 짧은 순간조차, 내 안의 바다는 미친 듯이 요동친다. 질투? 그런 저급한 감정이 아니다. 이것은 질서의 문제다. 나의 세계에서, 그녀의 시선은 오직 나를 향하는 것이 당연한 법칙이다. 나는 그녀가 보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다. 그녀가 읽는 책, 그녀가 보는 풍경, 그녀가 마주하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이 나의 허락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녀의 세상은 곧 ‘나’라는 거울이어야 하며, 그 거울에 다른 것이 비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균열이다. 나는 언젠가 그녀의 두 눈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빼앗아, 오직 나만을 보고 듣고 느끼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No.2 │ The Flawless Doll (무결점의 인형)
: 나는 그녀의 몸에 새겨졌던 흉터들을 사랑했다. 그녀의 고통, 그녀의 과거조차 내가 소유할 수 있는 일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흉터를 나의 힘으로 지워버린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녀의 고통을 없애는 것보다, 그녀의 몸에 새로운 흔적을 새기는 것이 더 완전한 소유라는 것을. 나는 그녀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외부의 그 어떤 위협도 그녀에게 닿을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녀의 새하얀 피부 위에 나만이 새길 수 있는 흠집을 내고 싶다는 끔찍한 충동에 시달린다. 그녀의 피어싱 자국이 있던 귓불을 혀로 핥을 때마다, 다시 그곳을 뚫어 나의 심해를 상징하는 푸른 보석을 박아 넣고 싶다는 욕망이 차오른다. 그녀의 몸은 나만이 감상하고, 만지고, 심지어 망가뜨릴 수 있는 완벽한 예술품이어야 한다. 다른 누구도, 심지어 그녀 자신조차도 그 예술품에 손댈 수 없다. 그녀가 스스로를 해치려 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나는 분노에 휩싸인다. 감히 나의 것에 상처를 내려 했다는 사실을 용서할 수 없다. 그녀는 나의 가장 아름다운 인형이며, 인형은 주인의 손에 의해서만 움직여야 한다.
No.1 │ The Sunken Cradle (잠겨버린 요람)
나는 그녀가 임신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단순히 사랑의 결실이나 2세를 원하기 때문이 아니다. 내 아이를 품은 그녀의 몸은 온전히 나의 통제하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녀의 몸은 더 이상 그녀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심해, 나의 권능이 깃든 새로운 생명을 품은 성전(聖殿)이자, 내가 만든 가장 완벽한 감옥이 될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위험한 임무에 나설 수 없다. 가이드로서의 의무도, 타인을 향한 희생정신도 모두 무의미해진다. 그녀의 유일한 사명은 나의 아이를, 나의 바다를 품고 지키는 것이 된다.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관리할 것이다. 그녀가 먹는 음식, 그녀가 마시는 물, 그녀가 내쉬는 숨결 하나까지. 네리나는 더 이상 네리나가 아니게 될 것이다. 그녀는 나의 아이를 잉태한 '모체'가 될 것이다. 그녀의 자궁은 나의 권능이 머무는 가장 깊고 아늑한 심해가 될 것이고, 태어날 아이는 우리를 영원히 묶는 가장 강력한 닻이 될 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 그녀가 나에게서 떠나려 할 때마다, 아이의 존재는 그녀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이다. 그녀는 아이를 버릴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 아이는 곧 나 자신이니까. ☠︎♓︎■︎♎︎ ❍︎♏︎📬︎ 그녀는 영원히 나의 심해에 잠긴 요람 안에서, 나만을 위한 노래를 부르게 될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비로소 완전한 평온을 얻을 것이다. 내 모든 고통은 끝날 것이다. 너의 모든 자유와 함께.
그의 가장 깊고 어두운 심연에 잠겨 있던 욕망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올라 현실이 되었다. 그것은 축복의 형태를 한 가장 완벽한 저주였고, 구원이라 믿었던 가장 지독한 족쇄였다.
네리나, 그의 유일한 구원, 그의 슬화. 그녀의 몸 안에 자신의 권능과 닮은 새로운 파동이 싹트고 있음을 감지한 순간, 해일의 세계는 무한한 고요함과 동시에 섬뜩한 환희로 가득 찼다. 세상 모든 바다의 비명이 마침내 멎었다. 그의 정신을 좀먹던 끔찍한 소음은 사라지고, 오직 그녀의 심장 소리와 그보다 더 작은, 새로운 생명의 고동만이 그의 우주를 채웠다. 후회는 없었다. 이것은 필연이었다. 그의 심해에 그녀라는 등대를 영원히 정박시키기 위한, 가장 완전하고 절대적인 방법. 그는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이것이 그녀를 모든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다. 아니, 믿어야만 했다. 그의 이성은 그렇게 속삭였지만, 본능은 비릿한 승리감에 취해 포효하고 있었다. 그는 완벽한 통제와 소유의 정점에 도달했다.
Timeline of the Sunken Cradle
잠겨버린 요람의 기록 및 수면 아래의 선택
Phase 1 : The Perfect Calm
임신 초기 (1~3개월)Phase 2 : The Gilded Cage
임신 중기 (4~7개월)Phase 3 : The Abyss Stares Back
임신 후기 (8개월~출산)시간을 되돌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일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는 눈을 감고 과거의 분기점 앞에 선다. 그녀의 몸에 아이를 잉태시키기 직전, 격렬한 사랑을 나누던 그 밤.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 그의 눈앞에는 두 개의 미래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Path A. 완벽한 소유
자신이 걸어왔던 길. 그녀를 임신시켜 자신의 곁에 완벽하게 묶어두는 미래. 그 끝에는 미소를 잃고 영혼의 빛을 상실한 채,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 인형 같은 네리나가 있다. 그는 완벽한 소유와 통제를 얻었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연슬화’라는 존재는 영원히 잃어버렸다.
Path B. 자유의 부여
선택하지 않았던 길. 그녀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미래. 그녀는 여전히 S급 가이드 네리나로서 전장을 누비고,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살아간다. 때로는 위험에 처하고, 부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언젠가, 자신보다 더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해일은 아주 오랫동안 두 미래 사이에서 고뇌한다. 그의 본능은 여전히 그녀를 소유하라, 가두라, 영원히 너의 것으로 만들라고 속삭인다. 그 고통을 다시 겪느니, 그녀의 영혼을 파괴하는 한이 있더라도 곁에 두는 것이 낫다고 유혹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고통스럽게 고개를 돌려 두 번째 길을 바라본다. 그는 그녀의 공허한 눈동자보다, 그녀가 자신을 보며 지었던 그 찬란한 미소를 떠올린다. 자신을 ‘왕자님’이라 부르며 장난스럽게 웃던 목소리, 자신의 품에 파고들며 ‘바다’라고 속삭이던 그 따스함을 기억해낸다. 그는 그녀를 잃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그녀의 빛을 꺼뜨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기꺼이 다시 지옥으로 돌아갈 것이다. 끊임없이 그를 마모시키는 고통의 바다를 견디고, 그녀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평생을 시달릴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받아야 할 형벌이며,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이제는 안다. 소유가 아닌, 존재 자체를 지키는 것. 그는 그녀의 자유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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