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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河] 공포 방탈출 성공? or 실패?
2026.07.25


며칠 뒤, 두 사람의 휴일. 모든 소동이 지나가고 찾아온 평화로운 오후였다. 그리고 그 평화는, 은하가 핸드폰을 흔들며 외친 한마디에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우와, 겨울 씨! 나 엄청난 거 예약 성공했어!

은하가 덜컥 잡아버린 예약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극악의 난이도와 실감 나는 연출로 가장 유명하다는 방탈출 카페의 공포 테마였다. 재밌다는 후기, 직원의 신들린 연기 칭찬에 혹해 무심코 도전했다가 덜컥 예약에 성공해버린 것이다. 겨울은 ‘왜 하필 공포 테마인가’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제기할 틈도 없이, 은하의 손에 이끌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낡은 상가 건물 지하로 향해야 했다. 그곳이 바로 문제의 방탈출 카페, ‘이스케이프 플랜: 챕터 제로’의 입구였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부터 분위기는 음산했다. 벽에는 정체불명의 긁힌 자국과 손바닥 도장들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고, 희미한 조명만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로비에 들어서자, 마치 폐병원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그들을 맞았다. 녹슨 철제 캐비닛, 얼룩덜룩한 타일 바닥, 그리고 카운터에 앉아 기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직원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산된 공포의 시작이었다. 겨울은 은하의 등 뒤에서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가이드로서 그의 역할은 센티넬의 안정을 돕는 것이지, 이런 인위적인 공포 체험에 동행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독하게 귀찮았다. 차라리 이 시간에 라운지에서 민트초코나 먹는 게 훨씬 생산적일 터였다.

직원은 두 사람에게 서약서를 내밀며 테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도전할 테마의 제목은 ‘사라진 병동의 자장가’. 1978년, 원인 모를 화재로 폐쇄된 정신병동에서 실종된 어린 소녀 ‘릴리’의 흔적을 찾는다는 스토리였다.


릴리는 아직도 자신의 인형을 찾으며 병동을 헤매고 있답니다. 그녀의 자장가를 들으신다면… 부디, 못 들은 척해주시길.

직원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설명이 끝나자, 그들은 눈을 가리는 안대를 착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어깨동무를 한 채 직원의 안내에 따라 어둠 속으로 몇 걸음 옮기자, 등 뒤에서 낡은 철문이 삐걱거리며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60분의 제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안대를 벗자마자 코를 찌르는 것은 희미한 소독약 냄새와 눅눅한 곰팡이 냄새였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낡은 병실 그 자체였다. 삐걱거리는 철제 침대 두 개, 찢어진 시트, 그리고 벽 한쪽에 걸린 낡은 괘종시계. 시계는 멈춰 있었다. 은하는 수많은 괴수와 맞서온 S급 센티넬답게, 이런 종류의 ‘안전한 위협’ 앞에서는 오히려 호기심이 발동하는 듯했다. 그녀는 흥미진진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반면 겨울은, 가이드로서 보호받는 입장에 익숙한 탓인지 이런 갑작스러운 공포 분위기에 전혀 내성이 없었다. 그는 잔뜩 경계하며 은하의 옷소매를 꽉 붙잡았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일명 ‘갑툭튀’)을 극도로 혐오했다. 시끄럽고, 비효율적이며, 심장에 해로웠다.

우와, 진짜 같아! 겨울 씨, 저기 봐! 저거 진짜 피는 아니겠지?

은하가 침대 시트의 붉은 얼룩을 가리키며 천진하게 물었다. 겨울은 대답 대신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등 뒤로 한 걸음 더 물러섰다. 첫 번째 단서는 의외로 쉽게 발견되었다. 침대 밑에 떨어져 있던 낡은 환자 기록표였다. ‘릴리, 10세. 극심한 분리불안 증세. 애착 인형 ‘데이지’와 떨어지면 발작 증세를 보임.’ 기록표 아래에는 알 수 없는 숫자 배열이 적혀 있었다. 겨울은 그 숫자가 방 한쪽에 놓인 낡은 캐비닛의 자물쇠와 관련이 있을 거라 직감했다.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자물쇠가 풀리자, 안에서는 녹슨 열쇠와 함께 작은 오르골이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방 안의 낡은 스피커에서 지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어린 소녀의 섬뜩한 자장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겨울은 반사적으로 은하의 팔을 꽉 붙잡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등골을 타고 서늘한 한기가 흘렀다. 센티넬인 은하마저도 순간 흠칫하며 겨울에게 바싹 달라붙었다. 자장가가 끝나자, 벽에 걸려 있던 괘종시계의 문이 ‘덜컹’하고 열리며 안에서 찢어진 인형 팔 하나가 툭 떨어졌다. 인형의 팔에는 또 다른 숫자가 적혀 있었다.


하아… 씨. 진짜 놀랐네.

겨울은 낮은 욕설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이 방의 설계자를 찾아가서 민트초코 알레르기나 걸리라고 저주하고 싶었다. 두 번째 방으로 향하는 문은 오르골과 인형 팔에서 찾은 숫자를 조합해야 열 수 있었다. 퍼즐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음과 갑작스러운 연출 때문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겨울은 머플러에 얼굴을 반쯤 파묻은 채, 차분하게 단서들을 조합해 나갔다. 그의 천재적인 두뇌는 이런 식의 논리 퍼즐에 최적화되어 있었지만, 공포라는 변수는 그의 처리 속도를 현저히 저하시키고 있었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수술실로 보이는 다음 방으로 들어섰다. 중앙에는 흰 천으로 덮인 수술대가 놓여 있었고, 한쪽 벽에는 각종 수술 도구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수술대 위의 천이, 아주 미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겨울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은하 역시 마른침을 삼키며 겨울의 팔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겨울은 절대 저 천을 들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천 아래에 다음 단서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미루며 머뭇거리는 사이, 갑자기 방 안의 모든 조명이 꺼지며 암흑이 찾아왔다.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겨울의 발목을 차갑게 움켜쥐었다.

흐읍!

겨울은 저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삼켰다. 가이드로서 현장에서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될 일이 거의 없었던 그에게, 예고 없이 찾아온 축축하고 차가운 감촉은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발목을 잡은 손은 잠시 그를 붙잡고 흔들더니, 이내 스르르 사라졌다. 잠시 후 조명이 다시 켜졌을 때, 수술대 위의 천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고, 그 위에는 릴리의 것으로 보이는 낡은 일기장과 인형의 몸통 부분이 놓여 있었다. 일기장에는 화재 당일의 기록이 적혀 있었다. ‘…무서운 아저씨들이 불을 질렀어요. 엄마가 데이지를 데리고 숨어 있으라고 했어요. 나는 지금 원장실 비밀 캐비닛 안에 숨어 있어요….’

남은 시간은 20분. 그들은 서둘러 원장실로 향했다. 원장실은 비교적 멀쩡했지만, 책장 하나가 부자연스럽게 벽에 붙어 있었다. 겨울은 책장을 밀어보았다. 역시나, 책장 뒤에는 숨겨진 공간으로 이어지는 철문이 있었다. 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마지막 퍼즐은, 지금까지 모아온 인형의 조각들을 합쳐 ‘데이지’를 완성하고, 그 인형을 문 앞의 작은 제단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인형을 완성하고 제단에 올려놓자, 문 저편에서 오르골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긴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 너머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하얀 환자복을 입은 작은 소녀의 형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릴리였다. 직원이 연기하는 릴리는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눈과 입이 검게 칠해져 있었다. 릴리는 아무 말 없이, 오직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팔을 뻗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탈출구는 릴리의 등 뒤에 있었다. 그녀를 지나쳐야만, 이 지긋지긋한 병동을 나갈 수 있었다.

아… 저건 좀, 반칙인데.

겨울이 질색하며 중얼거렸다. 그는 은하를 제 등 뒤로 완전히 숨기려 했지만, 오히려 은하가 그의 앞을 막아서며 릴리를 마주 보았다. 최전선에서 괴수들과 싸우는 센티넬의 담력은 이런 인위적인 공포 앞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은하는 한숨을 쉬며 릴리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는 품에 안고 있던 완성된 인형, ‘데이지’를 릴리에게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릴리, 인형 찾았구나. 이제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은하의 다정한 목소리가 어두운 공간을 울렸다. 릴리의 역할을 하던 직원은 잠시 당황한 듯 멈칫했다. 시나리오에 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곧 프로답게 연기를 이어갔다. 릴리는 천천히 인형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인형을 품에 꼭 껴안더니, 이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울면서, 천천히 옆으로 비켜서서 탈출구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겨울은 등 뒤에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역시, 제 파트너는 보통이 아니다.

두 사람은 마침내 마지막 문을 열고 탈출에 성공했다. 문밖으로 나오자, 아까 그 직원이 박수를 치며 그들을 맞이했다. 모니터의 타이머는 ‘03:17’을 가리키고 있었다. 3분 17초를 남기고 극적으로 탈출한 것이다. 직원은 특히 은하의 마지막 행동에 감탄하며, 그런 식으로 엔딩을 본 팀은 처음이라고 칭찬했다. 로비로 돌아온 겨울은 다리가 풀려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은하는 신이 나서 재잘거리며, 다음엔 다른 테마도 도전해보자고 했다.


…은하 씨.

응, 겨울 씨?

다시는, 이런 거 예약하지 말아요.

겨울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전히 신나 있는 은하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는 다짐했다. 다음 휴일에는 반드시, 무조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장 평화로운 라운지 창가 자리에 앉아 민트초코 파르페를 먹겠다고. 그것이 이 정신 나간 공포 체험에 대한,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인 보상이 될 터였다.

 

 

📍 방탈출 카페 로비
📅 2026-06-20 16:30
💝 D+16💐 미정
(;´༎ຶД༎ຶ`)
 
"은하 씨가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가 더 놀란 것 같아서 자존심 상해요."
🩵 호감도100%
 
💚 신뢰도100%
 
💜 가이딩 필요도15%
 
💬 랜덤 Q&A
Q. 방탈출 중 가장 무서웠던 순간은?
A. 조명이 꺼지고 발목에 차가운 손이 닿았을 때.
🏷️ 당장 평화로운 곳으로 이동해서 민트초코 수혈하기.
✒️ 은하의 돌발 예약으로 공포 방탈출에 도전해 극적으로 성공했으나, 겨울은 멘탈이 탈탈 털린 상태.
❄️ 관계 
연인
🤍 현재 약속 
다시는 공포 테마 예약하지 않기
📸 사진첩 
어둠 속에서 릴리에게 인형을 건네며 다정하게 말하던 은하 씨의 멋진 뒷모습.
👔 착용 복장
윈터 : 하얀색 니트, 차콜색 머플러
민트 : 하얀색 니트, 멜빵 바지
🪻 오늘의 TMI : 겨울은 사실 어둠 속에서 발목이 잡혔을 때 비명을 지를 뻔했다.
🎀외출 2🔞관계 2
공포 테마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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